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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한다"는 말이 위험한 이유 – 무차별 칭찬의 부작용

아이가 블록을 쌓는다. 부모가 지나가다 본다. "잘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우와, 잘 그렸네!" 숙제를 하고 있다. "역시 우리 아이는 다 잘해!" 저녁을 다 먹는다. "밥도 잘 먹네!" 하루 종일 칭찬이 이어진다. 부모는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다. 그런데 몇 달 후, 아이가 변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려 하고, 조금만 어려워도 "못 하겠어"라고 말한다.

칭찬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무차별 칭찬'은 다르다. 구체성 없이, 노력과 무관하게, 모든 행동에 똑같이 주어지는 칭찬은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심리학 연구들은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무차별 칭찬이란 무엇인가

무차별 칭찬(indiscriminate praise)은 아이의 실제 노력, 성취, 또는 행동의 질과 무관하게 주어지는 칭찬을 의미한다. "잘했어", "대단해", "최고야"와 같은 말이 아이가 무엇을 하든 자동적으로 반복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놀 때도, 공부할 때도 똑같은 칭찬이 쏟아진다.

심리학자 에디 브루멜만(Eddie Brummelman)은 무차별 칭찬과 구체적 칭찬의 차이를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무차별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기 평가 능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구체적 칭찬은 "이 부분을 다르게 시도한 게 좋았어", "끝까지 집중한 게 인상적이야"처럼 특정 행동이나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무차별 칭찬은 "넌 뭐든 잘해", "역시 천재야"처럼 막연하고 일반적이다.

칭찬의 인플레이션

경제학에 인플레이션이 있다면, 칭찬에도 인플레이션이 있다. 칭찬이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주어지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 아이는 칭찬을 더 이상 특별하게 느끼지 않는다.

발달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이를 '칭찬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부모는 아이의 자신감을 높이려고 끊임없이 칭찬하지만, 정작 아이는 칭찬에 무감각해지거나, 칭찬이 없을 때 불안해한다. 칭찬이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외재적 보상(extrinsic reward)으로 대체해버리기 때문이다.

일곱 살 아이가 퍼즐을 맞춘다. 처음에는 퍼즐 자체가 재미있어서 한다. 하지만 매번 "잘했어!"라는 칭찬을 받다 보면, 아이는 퍼즐보다 칭찬에 집중하게 된다. 칭찬이 없으면 "엄마가 안 봐주네"라며 흥미를 잃는다. 활동의 즐거움이 아니라 타인의 승인이 목적이 되는 것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무차별 칭찬을 받은 아이는 자신이 정말 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것에 "잘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자신의 실제 능력을 파악할 기준을 잃는다.

심리학자 캐럴 앰스(Carol Ames)의 성취목표 이론(Achievement Goal Theory)에 따르면, 아이들은 '숙달 목표(mastery goal)'와 '수행 목표(performance goal)' 중 하나를 발달시킨다. 숙달 목표를 가진 아이는 '실제로 더 나아지는 것'에 관심이 있고, 수행 목표를 가진 아이는 '남에게 잘 보이는 것'에 관심이 있다.

무차별 칭찬은 수행 목표를 강화한다. 아이는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거나 개선하는 것보다, 칭찬받는 모습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자주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아이가 쉬운 과제만 선택한다. "이건 할 수 있어"라는 확신이 있는 것만 한다. 왜일까? 어려운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칭찬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실패 내성이 낮아진다

무차별 칭찬을 받은 아이는 실패를 경험할 기회가 적다. 모든 것이 "잘했어"로 포장되기 때문에, 실제 실패나 부족함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연구는 이와 관련이 있다.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처음으로 "이건 아직 부족해", "다시 해봐야겠어"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아이는 크게 좌절한다.

의외로 흔한 상황이 있다. 유치원에서 항상 "잘한다"는 말만 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처음으로 선생님이 "여기는 다시 해봐"라고 말한다. 아이는 충격을 받는다. "나는 항상 잘한다고 들었는데, 왜 이제 와서 다시 하라고 해?" 아이는 울거나, 화를 내거나, 아예 시도를 포기한다.

무차별 칭찬은 실패를 '학습의 일부'가 아니라 '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과잉 칭찬과 나르시시즘

무차별 칭찬은 건강한 자존감이 아니라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키울 수 있다. 브래드 부시만(Brad Bushman)과 에디 브루멜만의 공동 연구는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연구팀은 7세에서 11세 아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추적 조사를 했다. 부모가 "넌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해", "넌 남들보다 더 자격이 있어"와 같은 과잉 칭찬을 자주 할수록, 아이의 나르시시즘 수치가 높아졌다. 반면 자존감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나르시시즘과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고, 나르시시즘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이 높은 아이는 비판에 과민하고,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며,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넌 뭐든 잘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은 아이는 '나는 특별하다'고 믿지만, 실제로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무너진다. 그리고 그 실패를 자신의 탓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생긴다.

칭찬 중독

무차별 칭찬은 '칭찬 중독'을 만든다. 아이는 칭찬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게 된다. 칭찬이 외부 보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의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이를 설명한다. 인간은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를 가진다. 무차별 칭찬은 이 중 '자율성'을 해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처음에는 그리는 것 자체가 즐겁다. 하지만 매번 "잘 그렸네!"라는 칭찬을 받다 보면, 아이는 '칭찬을 받기 위해' 그림을 그리게 된다. 칭찬이 주어지지 않으면, "엄마가 안 봐주면 재미없어"라며 그림을 그만둔다.

이는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칭찬 중독에 빠진 사람은 타인의 인정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낀다. SNS 좋아요 수에 집착하고, 상사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자기 만족보다 타인의 평가를 우선시한다.

비교와 경쟁의 시작

무차별 칭찬을 받은 아이는 "나는 뭐든 잘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학교에 가면 현실을 마주한다. 다른 아이들도 잘한다. 어떤 아이는 나보다 더 잘한다. 이때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

"부모님은 내가 최고라고 했는데, 왜 저 친구가 나보다 잘하지?" 아이는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인다. 첫째, 자신이 속았다고 느끼고 부모를 불신한다. 둘째, 다른 아이를 깎아내려 자신의 우월함을 유지하려 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사회인지이론(Social Cognitive Theory)은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사회적 비교'를 통해 평가한다고 설명한다. 무차별 칭찬을 받은 아이는 정확한 자기 평가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비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진정성의 부재

아이는 생각보다 영리하다. 무차별 칭찬이 진심인지 아닌지 느낀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잘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혼란스럽다. "내가 뭘 잘했지?"

심리학자 수잔 힐터(Susan Harter)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만 6세부터 칭찬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과장된 칭찬이나 근거 없는 칭찬을 받으면, 아이는 오히려 불안해한다. "엄마가 거짓말하는 건가?", "나를 속이려는 건가?"라고 생각한다.

진정성 없는 칭찬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믿지 않게 되고, 정작 진심 어린 칭찬을 받을 때도 의심한다. "어차피 또 거짓말이겠지."

올바른 칭찬의 원칙

그렇다면 어떻게 칭찬해야 할까? 무차별 칭찬을 피하고 효과적인 칭찬을 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구체적이어야 한다. "잘했어" 대신 "여기서 이렇게 해결한 게 좋았어"라고 말한다. 아이가 무엇을 잘했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둘째, 과정을 칭찬한다. 결과가 아니라 노력, 전략, 끈기를 인정한다. "100점 받았구나!" 대신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풀었구나"라고 말한다.

셋째, 진심을 담는다. 정말 인상적이거나 칭찬할 만한 일이 있을 때만 칭찬한다. 매 순간 칭찬하지 않아도 괜찮다. 침묵도 때로는 필요하다.

넷째, 비교하지 않는다. "네가 동생보다 낫네", "다른 애들보다 잘하네"는 좋지 않다. 아이 자신의 이전 모습과 비교한다. "지난주보다 많이 발전했네."

다섯째, 성장 가능성을 강조한다. "넌 천재야" 대신 "계속 연습하면 더 좋아질 거야"라고 말한다.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칭찬이 필요 없는 순간

모든 순간에 칭찬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칭찬 없이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이가 블록을 쌓고 있다. 부모는 옆에 앉아서 지켜본다. "잘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관심 있게 본다. 아이가 블록이 무너지면 다시 쌓는다. 부모는 "괜찮아, 다시 해봐"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기다린다. 아이는 스스로 다시 시도한다.

이런 순간이 아이에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칭찬이 없어도 활동 자체가 가치 있다는 것,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캇(Donald Winnicott)은 '적당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개념을 제시했다. 완벽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건강한 발달을 돕는다.

칭찬보다 중요한 것

칭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정'이다. 칭찬은 평가지만, 인정은 수용이다. "잘했어"보다 "네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이걸 하는 네 모습이 진지하네"가 더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는 평가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어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것을 알아봐 주기를 바란다. 칭찬은 아이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지만, 인정은 아이의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묻는 것, "네가 이걸 할 때 즐거워 보여"라고 말하는 것, "힘들었겠다"라고 공감하는 것. 이런 것들이 무차별 칭찬보다 아이의 자존감을 더 건강하게 키운다.

마무리하며

"다 잘한다"는 말은 사랑에서 나온다. 부모는 아이를 격려하고 싶고, 자신감을 주고 싶다. 하지만 무차별 칭찬은 그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아이는 자신의 실제 능력을 모르게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게 된다.

칭찬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적절한 순간에, 구체적으로, 진심을 담아 하는 칭찬이 아이에게 힘이 된다. 무엇보다 칭찬이 없는 순간에도 아이는 괜찮다는 것, 칭찬을 받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산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때로는 칭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칭찬이다. 아이가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켜보는 것. 그것이 무차별 칭찬보다 더 큰 선물이다.

이 글은 일반적인 심리 정보를 바탕으로 한 참고용 콘텐츠이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