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칭찬에 의존하는 성향은 어디서 시작될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내용도 괜찮았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상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잘했어요" 한마디만 들으면 될 텐데, 그 말이 없으니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다. 혹시 별로였나? 뭔가 실수한 게 있나? SNS에 올린 사진에 '좋아요'가 평소보다 적게 달려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의 반응에 민감할까?
의외로 흔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로 확인하려 한다. 이런 성향은 단순히 성격 문제가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부 승인 추구(external validation seeking)' 성향이라고 부르며, 그 뿌리는 생각보다 깊은 곳에 있다.
어린 시절, 조건부 사랑의 기억
발달심리학자들은 이 성향의 시작점을 유아기와 아동기에서 찾는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조건부 긍정 존중(conditional positive regard)'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쉽게 말하면, "넌 이럴 때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받으며 자란 경우다.
"시험 잘 봤네, 우리 아들 최고야!"
"이번엔 왜 이래? 실망이야."
칭찬과 사랑이 '성과'에 연결되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보다 '결과'로 평가받는다고 느낀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통해 자기 가치를 확인하려는 패턴을 보인다. 내면의 기준보다 외부의 반응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애착 유형과 승인 추구의 연결고리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 관점에서 보면,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승인에 더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불안-몰두형 애착(anxious-preoccupied attachment)'을 가진 경우,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 한다.
"나를 좋아하는 거 맞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거 맞아?"
이들은 상대의 작은 반응 하나하나를 예민하게 읽어낸다. 문자 답장이 늦거나, 표정이 평소와 다르거나, 칭찬의 톤이 미묘하게 달라도 불안해진다. 이는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일관된 안정감'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가 부추기는 승인 중독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타인의 승인을 가시화하는 시스템으로 가득하다.
SNS의 '좋아요', 댓글 수, 팔로워 수.
회사의 KPI, 평가 점수, 승진 여부.
연애에서의 읽음 표시, 답장 속도, 관심의 강도.
자주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퇴근 후 핸드폰을 열어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 오늘 올린 사진에 '좋아요'가 평소보다 적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 이런 감정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심리학자 장 트웬지(Jean Twenge)는 이런 환경이 '자존감의 외부화'를 가속화한다고 지적한다. 내가 누구인지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승인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이 패턴을 바꿀 수 있을까?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내적 기준 세우기'와 '자기 자비(self-compassion)' 연습을 권한다.
타인의 칭찬이 없어도, 스스로 "나는 이 정도면 괜찮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실수했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반응에 흔들리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 그 자체가 첫걸음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심리 상담이나 성향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패턴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승인을 더 갈구하는지, 어떤 관계에서 더 불안해지는지를 파악하면, 그 패턴을 의식적으로 조절할 여지가 생긴다.
승인은 필요하지만, 의존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의존'이다. 칭찬이 없으면 무너지고, 비판을 들으면 나 자체가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 단계 중 '존중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를 구분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 것이다.
칭찬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잠시 눈을 떼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일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생긴다.
참고: 이 글은 일반적인 심리 정보를 바탕으로 한 참고용 콘텐츠이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깊은 심리적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