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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고도 불안한 이유 – 완벽주의와 인정 욕구의 심리학

회의가 끝나고 상사가 다가와 말한다. "오늘 발표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편치 않다. '진심일까?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일까?' 머릿속에서 발표 중 실수했던 부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칭찬은 분명 긍정적인 피드백이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칭찬을 들을수록 오히려 불안해지는 걸까?

칭찬이 주는 이중적 감정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정 욕구(need for approval)'와 '완벽주의 성향(perfectionism)'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캐나다 심리학자 고든 플렛(Gordon Flett)과 폴 휴잇(Paul Hewitt)은 완벽주의를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했다. 그중 '사회부과 완벽주의(socially prescribed perfectionism)'는 타인이 자신에게 완벽함을 기대한다고 믿는 성향을 말한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칭찬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다. '앞으로도 이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이 된다. 칭찬은 성과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다음 과제에 대한 압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의외로 흔한 상황이다.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후, 다음 프로젝트가 더 부담스러워지는 경험.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다음엔 더 잘해야 해'라는 생각에 긴장하는 학생. 이들은 모두 칭찬을 '기대의 상승'으로 해석한다.

완벽주의자의 내면 기준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사람들의 성취 태도를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으로 나눴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칭찬을 받으면 '내가 똑똑하다'는 평가로 받아들이고, 이후 실수할까 봐 두려워한다.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 번의 실패가 곧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반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내면에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지향 완벽주의(self-oriented perfectionism)'는 스스로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부과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들은 칭찬을 들어도 '아직 부족해', '더 잘할 수 있었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외부의 긍정적 평가와 내면의 부정적 자기평가 사이에서 균형을 잃는 것이다.

인정 욕구가 만드는 불안

인정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 욕구 중 하나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위계이론에서도 '존중의 욕구'는 중요한 단계로 제시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체는 자연스럽다.

문제는 인정 욕구가 지나치게 강할 때 발생한다.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로만 확인하려는 습관이 생기면, 칭찬은 일시적 안도감을 주지만 곧 다시 불안으로 이어진다. '다음에도 칭찬받을 수 있을까?',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조건부 자존감(contingent self-esteem)'이라 부른다. 자존감이 외부 조건—성과, 타인의 평가, 사회적 성공—에 의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 칭찬을 받아도 내면의 안정감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칭찬을 받아들이는 법

칭찬 앞에서 불안해지는 패턴을 바꾸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심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 칭찬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
  • '감사하다'는 감정보다 '부담스럽다'는 감정이 먼저 드는가?
  • 칭찬의 내용보다 '다음 기대'를 먼저 떠올리는가?

이런 질문들은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과 인정 욕구 수준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심리학적 연구들은 성장 마인드셋을 기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제안한다. 칭찬을 '내가 똑똑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내가 노력했다'는 과정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이는 실수나 실패를 능력의 부족이 아닌, 성장 과정의 일부로 보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내면 기준이 현실적인지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완벽'이라는 목표는 도달 불가능하다. 심리학자들은 '적응적 완벽주의(adaptive perfectionism)'와 '부적응적 완벽주의(maladaptive perfectionism)'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높은 기준을 추구하면서도 유연성을 유지하는 태도를 말한다.

칭찬이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경험에서 가치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는가?'처럼 과정 중심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칭찬은 당신이 잘했다는 신호다. 그것을 다음 과제의 압박으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심리 정보를 바탕으로 한 참고용 콘텐츠이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